라트비아로 떠나기 전 날씨가 춥다고 하는데 도대체 얼마나 추울까 감이 안오던 시절, 장갑도, 모자도, 부추도 없이 라트비아로 왔다. 한국에서는 그것들 없이 롱패딩만 있으면 겨울을 잘 보낼수 있었기 때문에 라트비아에서도 패기롭게 패딩만 입고 한동안 다녔었으나 주변 분위기에 순응하여 바로 모든 겨울 아이템들을 장만했다. 한국에서는 머리가 눌리기 때문에, 귀까지 덮으면 멋이 없기 때문에 겨울 털모자 쓰는 것이 꺼려졌었으나 여기선 모든 사람들이 꽁꽁 싸고 다녀서 나도 그렇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건물을 들어가던지 눈 녹듯이 따듯해서 추운 겨울 할머니 집 이불로 열기를 가득 머금고 있는 방바닥에서 발을 녹이는듯한 포근함을 라트비아에서 느꼈었다.


또한 라트비아로 떠나기 전 외국에서 생활하는 것은 처음이라 인종차별이 심하면 어떡하나, 한국과 다른 행정 처리 업무나 카드계산, 인터넷에 문제가 있으면 어떡하나 걱정이 많았었는데 그랬던 내가 부끄러울 정도로 라트비아에서의 생활은 불편함이 없었다. 물론 행정 처리에 있어서는 한국보다 느리긴 했지만 기다릴만한 정도였다.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가 싼데다 어딜가나 잘 터졌고 가게에서 카드계산이 용이 했으며 라트비아는 버스 또한 한국의 버스카드처럼 카드를 충전해서 쓸 수 있었다. 어느 가게를 가던지 와이파이가 잘 터졌고 불친절한 사람은 있었으나 남에게 대뜸 모욕적인 인종차별을 할 정도로 라트비아 사람들은 타인에게 관심이 있는 편이 아니었으며 한국과 아시아를 좋아해주는 젊은 친구들이 많았다.
라이마는 라트비아에서 유명한 초콜릿 브랜드이며 라이마라는 이름은 발트지역 신화에 나오는 여신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1924년에 지어졌다고 하니 만들어진지 약 백년을 바라보고 있다. 이 시계탑의 위치는 구시가지와 신시가지의 경계로 리가 시민들의 만남의 장소로도 여겨진다. 나 또한 친구들과 만날 때 어디서 만날지 한참을 고민하다가 주로 라이마 시계 앞에서 만나자고 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 지역 사람들만 그런진 모르겠지만 주로 맥도날드 앞이 만남의 장소가 되곤 했는데 라이마 시계 옆에 맥도날드가 있다는건 재미있는 사실이다. 또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이 시계탑이 소련 시절 사람들이 지각을 많이해서 지각을 방지하기 위하여 세워졌다고 하는데, 독립 이후 라이마 초콜릿 회사가 인수하였다고 한다. 이 이야기가 사실인지는 모르겠으나 얼마나 지각이 만연하였으면 이런 시계를 세울 생각을 할까, 어떤 마음으로 시계를 새웠을까 상상하면 귀엽고 재미있다.
